기호에서 의미로 대형 언어 모델이 정보시스템 공학에 미치는 철학적 변혁
본 논문은 대형 언어 모델(LLM)이 정보시스템 공학의 온톨로지·인식론·기호학적 기반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철학적 전통(피어스, 하이데거, 플로리디)과 연결해 고찰한다. LLM을 단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의미 생성 주체로 보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설계 프레임을 제시한다.
저자: José Palazzo Moreira de Oliveira
본 논문은 대형 언어 모델(LLM)의 등장으로 정보시스템 공학(Information Systems Engineering, ISE)의 근본적인 철학적·이론적 기반이 재구성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서두에서는 ISE가 초기 산업 사회의 물류·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 형성된 뒤, 말린스키의 참여관찰을 통한 인간‑사회 맥락 인식과 베르탈란피의 일반시스템이론을 통한 전체론적 사고가 결합되면서 학제간 융합이 진행된 역사를 서술한다. 이러한 배경은 ISE가 기술적 설계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의미를 포괄해야 함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기호와 의미’라는 전통적 이분법을 검토한다. 고전 기호학에서는 기호가 어떤 대상(표현물)과 의미(해석물) 사이의 관계를 매개한다고 보았으며, 정보시스템은 주로 기호(토큰·문법) 수준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LLM은 방대한 텍스트 코퍼스를 학습해 확률적 언어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기호 자체가 의미 생성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 즉, 의미는 사전에 정의된 온톨로지가 아니라, 모델이 문맥에 따라 동적으로 구성하는 ‘생성 의미’가 된다.
논문은 온톨로지 논의를 두 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는 전통적 물질주의 온톨로지(Bunge‑Wand‑Weber)로, 물리적 객체와 그 속성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 의도·제도적 현실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제시한다. 두 번째는 LLM이 내재하는 ‘암묵적 온톨로지’이다. LLM은 언어적 연관성, 통계적 패턴, 사회적 담론을 동시에 반영하므로, 기존의 명시적 개념 모델과 달리 지속적으로 진화한다. 이러한 특성은 쿠른이 말한 ‘패러다임 위기’를 촉발한다. 기존의 정형화된 개념 모델이 복잡한 사회·기술 시스템을 포착하지 못하면서, LLM 기반의 동적 온톨로지가 새로운 정상과학으로 자리 잡는다.
LLM이 온톨로지 구축에 제공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대규모 텍스트 분석을 통해 조직·제도·문화적 의미를 자동 추출한다. 둘째, 피드백 루프와 지속적 학습을 통해 온톨로지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셋째, 인간 전문가와의 협업을 전제로, 모델이 제시하는 후보 온톨로지를 검증·조정하는 워크플로우를 설계한다. 이러한 과정은 전통적 ‘하드 시스템’ 접근을 넘어 ‘소프트 시스템’·‘사회기술 시스템’ 관점을 구현한다.
윤리·투명성 부분에서는 LLM의 블랙박스 특성이 신뢰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 프레임을 차용해, 데이터 주권, 설명 가능성, 공정성, 책임성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특히 LLM을 ‘인식론적 주체(epistemic agent)’로 보는 관점은 인간 지식 생산을 보완하면서도, 인간이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을 지도록 설계·운영 단계에서 명확한 책임 주체를 규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결론에서는 LLM을 단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에피스테믹 에이전트’로 재정의하고, 정보시스템 공학이 온톨로지·기호학·윤리학을 통합한 새로운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1) 학제간 연구 네트워크 구축, (2) 투명하고 윤리적인 LLM 설계 가이드라인 제정, (3) 동적 온톨로지 관리와 인간‑기계 협업 프로세스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전체적으로 논문은 LLM이 정보시스템 설계·운영에 미치는 심오한 철학적 함의를 조명하고, 실천적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연구와 실무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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